‘동방예의지국’으로 불린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가족이 사망하면 극진한 예를 갖춰 장례를 치러주는 것이 오랜 전통이며, 장례를 치르면서 돈 문제로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것 역시 망자에 대한 예의로 여겨진다.
이런 문화적 특수성을 바탕으로 장례 시장은 연간 5조 원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지만, 그 이면에는 경황없는 유족들을 노린 비뚤어진 상혼이 자리하고 있다.
유족들이 경황없는 틈을 타 터무니없이 높은 장의용품 가격과 물품강매, 끼워팔기 등으로 장삿속을 챙기면서 유족들을 두 번 울리는 장례업자들의 횡포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먼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경기도 성남의 한 종합병원 장례식장에서 3일간 모친의 장례를 치른 조동현(52․회사원)씨는 장례식장 측에서 내놓은 영수증을 받고 깜짝 놀랐다. 장례식장 임대료는 150만 원 정도로 예상한 수준이었으나 그 밖의 비용은 900만 원을 훌쩍 넘겼고, 장의용품 구입비가 400만 원이 넘었다. 더 낮은 가격의 제품도 있었지만, 상을 치르느라 경황이 없고, 망자에 대한 도리가 아닌 것 같아 중간 정도의 가격대 제품을 선택했는데도 수의 가격은 140만 원, 오동나무 목관은 70만 원이었다.
조씨는 “가장 낮은 가격의 수의를 고르려고 하면 더 좋은 수의가 있다고 권한다. 불효자처럼 느껴질까 봐 싼 것을 고르기 어려웠다”고 장례식장의 유도가 있었음을 밝혔다.
이밖에도 책정된 가격에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물품은 한둘이 아니었다. 관을 묻고 나서 구덩이 위에 덮는 나뭇조각인 ‘횡대’는 25만 원, 관을 묶을 때 쓰는 헝겊인 ‘결관포’는 10만 원, 망자의 관직이나 성씨 등을 적은 ‘명정’은 8만 원으로 모두 원가에 비하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음식값도 예상했던 수준을 벗어났다. 한 끼 식사는 국과 밥만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나 가격은 7,000원~1만 원이었고, 반찬과 안주는 모두 따로 구입해야 하며, 음료수나 술 한 병의 가격도 2,000~3,000원으로 일반 소매점에 비해서도 두 배가량 차이가 났다. 사흘간 조문객 200여 명이 왔지만, 식사와 음료수, 안주 등을 포함해 500만 원이 들어간 것을 보고 수량이 제대로 계산된 것인지에 관한 의문도 들었다.
여기에 입관식 때 노잣돈 명목의 돈을 요구하거나 수 십만 원 어치의 생화를 장례식장에서 구입하게 하는 등 말로만 듣던 장례식장의 횡포도 직접 겪었다. 조씨는 장례식장이 유족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지만, 비용을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은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 같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장례를 치를 때 유족이 경황이 없다는 점을 노려 바가지를 씌우고 장례 비용을 과하게 청구하는 업체의 횡포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오래된 이야기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수의가 20~430만 원, 목관이 18~150만 원 정도로 판매되고 있지만, 장례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고가 장례용품의 원가를 판매가의 20~5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장례시장이 무조건 특정 업체의 장의용품이나 음식물, 장의차량 등을 사용하게 하거나 실제보다 장례비용을 부풀리는 것에 관해서도 끊임없이 문제 되어왔다.
장례업계 관계자는 장례식장에 바가지 요금이 생기는 이유가 장례식장들이 리베이트를 받고 납품업체나 장의차량 업체를 지정하는 관행 때문이라며 “이 업체들에게도 일정 부분의 수익을 보장해주다 보니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이 폭리를 일삼는 장례문화를 개선하고, 예로부터 내려온 우리 장례문화에 대한 진정한 뜻을 되새길 수 있는 새로운 장례문화 도입이 시급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