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장례문화는 조선 시대에 정착된 매장 의식이다.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씻기고 수의로 갈아입힌뒤 가지런히 수습하며, 염습한 시신은 3일 또는 5일 동안 살아 있는 사람과 같이 대한 후 비로소 관에 넣어진다. 입관 후에 처음으로 지내는 제사인 ‘초상’, 관을 상여에 옮기고 장지로 가기 전에 하는 의식인 ‘발인’, 죽은 사람과 깊은 관련이 있는 곳에 들러 제사를 지내는 ‘노제’, 그리고 무덤을 파고 관을 넣은 뒤 흙을 다져 봉분을 만드는 ‘달구질’ 과정을 거친다. 각 문화마다 독특한 양식을 지니고 있는 장례는 고인을 마지막으로 인도하는 엄숙한 의식이다.

최근에는 고령 사회를 맞아 이러한 장례 의식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관련 학문과 인식 역시 선진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보전액을 사용하여 체내의 단백질을 고정하고 사체를 소독, 보존 처리하는 ‘엠바밍’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위생 장례시스템이며 최근 우리나라에도 시신의 위생처리를 위하여 감염 균의 살균 및 부패냄새 제거용 위생용품을 생산 공급하여 사용함으로 장례 문화 수준을 한층 더 양지로 이끌고 있다. 이에 상조매거진에서는 우리나라에 장례 위생용품 개념을 도입한 선구자로 알려진 남승현 에프엔에스 대표를 만나봤다.

▲ 남승현 에프엔에스 대표     © 상조매거진

장례에 있어 유체를 소독하고 보존하는 기술이 발달한 것은 미국의 남북전쟁이 계기가 됐다. 당시 전쟁으로 희생된 병사의 시신을 고향으로 보내는 데 긴 시간이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유체의 위생적인 보존 기술이 발
달했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역시도 유체 보존 위생관련 용품을 박람회를 통해 공개, 주목을 받는 등 이미 선진화된 기술을 습득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례위생용품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우리나라에 ‘장례 위생용품’ 개념을 도입한 선구자는 남승현 에프엔에스 대표다.

남승현 에프엔에스 대표는 지난 2002년, 장례 위생 용품 개발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거듭한 결과 시신에서 발생되는 체액을 차단하고 부패되면서 발생되는 감염균을 살균한 후 부패냄새를 탈취하여 종사자와 유가족을 감염과 냄새로부터 보호하는 위생용품 ‘크린 정 세트’를 개발했다.

에프엔에스는 제품을 완성한 후 사용자가 신뢰할 수 있도록 특허청으로부터 2개의 특허등록과 한국화학시험연구원 등 공인기관의 제품 살균 및 소취 시험을 마치고,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위생용품보다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생산, 전국 300여 개 장례식장에 납품해오고 있다. 오늘날 남 대표의 이러한 업적은 대한민국 장례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장례 비즈니스박람회’에 장례위생용품 출시

“소비자들의 위생의식이 높아지면서 감염위생과 고품질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장례식장이 점차 고급화되고 쾌적한 환경으로 변화하듯이, 염습 등 장례 과정도 위생적인 측면이 강조 되어야 합니다. 고인으로부터 발생하는 부패균과 부패 냄새를 제거해 감염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장례의 예를 다할 수 있도록 위생 처리해 주는 것이 최고의 장례예식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남승현 대표는 에프엔에스를 이끌어가는 자신의 철학에 대해 이 같이 대답했다.

더 나은 제품 개발을 위해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에서 상·장례학을 공부하고, 동국대 불교대학원에서 생사의례학과 석사 과정을 다니면서 장례식장 공중보건에 대한 논문을 준비한다는 남승현 대표는 연구과정을 통해 “과거에는 우리 종사자들이 위생 관념 없이 맨손으로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어떤 병으로 사망했는지도 모른 상태에서 염습을 하기도 했다”며 “최근 위생의식이 높아졌지만, 장례식장화 되면서 집단시설을 갖추다 보니 한 공간에 사망이 서로 다른 여러 유체가 안치되어 감염 균이나 냄새 등이 더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낡은 의식의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을 통한 의식의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 2001년 한국장례업협회 서울지회 사무국장을 지내기도 했던 남승현 대표는 장례식장 지도점검을 다니며 열악한 환경에서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못하는 장례지도사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그 후 수원 팔달장례식장을 운영하면서도 이들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은 더해갔다. 당시의 기술로는 유체의 감염균과 부패냄새의 위생처리와 관련해 알콜로 유체를 닦는 것이 전부였던 것이다. 이때부터 그는 장례 위생관련 제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남 대표는 “사람은 죽으면 곧 단백질의 분해가 시작되며, 자가 융해를 통해 체내의 단백질이 부식되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하며 “미국, 스웨덴, 일본 등을 여행하며 그들의 장례문화를 접하면서 우리 장례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외국에서는 사체에서 발생되는 감염균과 부패냄새를 살균 소취시키는 제품을 필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던 그는 직접 발품을 팔며 장례위생 용품 연구에 뛰어 들었다.

그는 체액 차단제는 “처음에는 제품을 수입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느니 차라리 개발하자는 결심을 했다”면서 “시신 처리용 조성물에 대해 수많은 실험을 거쳐 제품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지난해 8월 체액차단제 특허를 받은 남 대표는 “감염에 노출된 종사자와 유가족의 1차 감염을 막고 쾌적한 장례식장을 만들기 위해 고품질 위생용품 개발에 더 전념하겠다”며 또 다른 상품 개발에 착수, 현재 장례식장 소독용 살균탈취 항균 스프레이도 출시 판매하고 있다. 이후 장례 비즈니스 박람회에 제품을 출시해 품질과 기술력을 만방에 알리기도 했다.

이러한 남 대표의 능력과 결실은 끊임없이 연구하는 학구열과 도전의 자세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발명가 가족’이라 불리는 독특한 가정환경도 한 몫한다.
과거 숙취해소음료 시장에서 획기적인 상품이라 호평받은 천연차 ‘여명 808’을 개발한 남종현 그래미 회장은그의 형이다.




10년의 노력 끝에 완성한 ‘크린 정 세트’

크린 정 체액차단제의 특징은 시신에서 발생되는 체액 누출을 멈추게 하도록 대상 부위에 주입기로 차단제를 주입하면 3분내 체액을 겔화시켜 역류체액을 차단해 주는 제품이다. 식도, 질, 항문에 주입하면 3분 만에체액 유출을 멈출 수 있다.

크린 정 매트는 기능성 부직포로 이물질을 완전 흡수 유체를 청결히 하며, 크린 정 파우더는 감염성균과 곰팡이 등을 강력 살균하며, 소취용 스프레이는 부패냄새를 없애주는 탈취제로 수세 및 입관 시 유체에 스프레이를 분사하면 부패냄새가 없어진다.

수세용 티슈는 고급 부직포에 살균제가 흡착돼 있어 감염균을 강력하게 제균하며, 이물질 흡수제는 고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이물질을 완전 흡수하고 안치 전 안치대에 뿌려주면 이물질 처리가 편리하다.
항균 스프레이는 시신을 안치하는 장례식장 냉장고나 입관실. 참관실등 감염균이 발생되는 장소를 살균 소독하는 고품질 소독제품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생적인 부분을 배제한 채 발전해 온 것이 우리나라 장례업의 현실이었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를 맞아 관련 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대학의 정규학과를 통해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배출되는 등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이르러 장례 위생학 개념 역시 수월하게 정착되고 있다고 평가해도 좋을 것 같지만 남 대표는 몇 가지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는 “물론 점진적으로 환경은 개선되고 있고, 개선되어 질 것이다. 그러나 아직 장례업은 장례식장, 상조업체 장례용품생산업체등은 규모가 크지만 매출이 작은 위생용품 생산업체는 규모가 작아 품질을 검증받지 못한 제품 들이있다”고 지적하며 “검증되지 않은 제품 사용으로 종사자나 유가족이 감염의 피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경고했다.
 
그는 이어 “외국의 장례 종사자들의 평균 수명을 살펴보면 일반인들보다 대체로 5~6세 짧은 편인데, 관습적으로 내려온 위생적이지 못한 장례문화의 전승이 종사자들의 수명을 줄이는 요인이 된다고 생각 한다”며 우리도 감염에 대한 인식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로 그러한 인식 변화의 중심에서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남 대표는 험난한 가운데에서도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유가족과 장례 종사자를 감염과 부패 냄새로부터 보호하자는 초심을 잃지 않고 고품질 위생 용품 생산에 주력하다보니 실제로 제품을 사용해 본 분들이 홍보를 많이 해준다”며 “장례는 고인을 위한 의식이지만, 산자와 죽은 자의 마지막 이별을 갖는 의례이기 때문에 위생적으로 청결히 모셔드려야 유족도 편한 마음으로 예를 다 할 수 있지 않겠냐”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변함없이 고인을 위생적으로 모시는 길만을 생각하며 고품질 장례서비스를 연구해 장차 장례시설을 혐오시설이 아닌 국민 편의시설이 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을 다짐했다.